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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충격흡수 기술의 비밀

170㎞로 질주하던 포르쉐, 앞서 가던 그랜저 추돌하고 가로등 쓰러뜨리고도 운전자와 차체는 거의 멀쩡

  • 최근 만취 상태의 운전자 이모(24)씨가 몰던 포르쉐가 시속 170㎞로 새벽길을 질주하다 앞서 가던 그랜저를 뒤에서 들이받은 뒤 중앙 차로로 돌진해 가로등을 쓰러뜨렸다. 이씨는 코뼈만 부러졌을 뿐 외상이 없었다. 하지만 그랜저 차량은 연료통이 폭발하면서 탑승자가 사망했다. 〈4월15일자 연합뉴스 보도〉

    이 사고에서 포르쉐 운전자가 이렇다 할 큰 부상이 없었고, 차량 역시 상대 차량보다 파손 정도가 덜해 보도를 접한 많은 이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상대적으로 대형 고급차로 인식되던 국산 그랜저가 ‘왜 이렇게 허약한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인명사고가 날 만큼 사고가 커지게 된 이유는 추돌 충격으로 인해 그랜저의 연료통이 깨지면서 누출된 가솔린에 불꽃이 튀어 화재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차량의 뒷부분에 있는 연료통은 원래 철판으로 제작됐지만 연비향상을 위해 근래에는 모두 플라스틱으로 교체됐다. 국내차 A/S팀의 한 관계자는 “충돌테스트의 연료통 강도 측정에선 법적 테두리내인 시속 120㎞ 정도에 맞춰 이뤄지는데, 시속 170㎞의 속도로 뒤에서 받으면 연료통은 깨질 가능성이 많고, 온도가 높은 상태의 연료는 작은 불꽃이 있어도 화재로 연결된다”고 말했다. 차의 안전설계에서는 앞부분이 견고하고 뒷부분은 허술한 편이다. 이번 사고에서 상대적으로 그랜저의 손상이 더욱 클 수 밖에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와 비교해 포르쉐는 시속 170㎞의 엄청난 속도로 앞차를 들이받았는데 이렇다 할 차체 손상이 없었다. 단순속도만을 계산하면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 당시 포르쉐의 속도가 시속 170㎞, 그랜저의 속도가 시속 100㎞ 정도였음을 감안하면, 상대속도는 70㎞ 정도 안팎이다. 충돌테스트의 경우 일반적으로 시속 56㎞ 속도로 차량을 콘크리트 벽에 부딪치게 한다. 이번 사건의 경우처럼 포르쉐와 움직이고 있는 그랜저의 충돌 충격은 고정된 상태의 일반적인 정면충돌 테스트보다 강도가 약했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자동차성능시험연구소의 김규헌 박사는 “포르쉐가 일반 양산차(量産車)보다는 강도가 훨씬 뛰어난 특수재질을 쓰는 데다 상대적으로 가벼운 차체 무게로 인해 차체 변형이 생각보다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운전자가 큰 부상이 없었던 이유는 포르쉐의 충격흡수 기술에서 그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포르쉐는 차체 안에 지능적인 충격흡수 기술을 적용한 ‘바디 셀(body cell)’이라는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바디 셀 안에는 다시 충돌보호 기능을 제공하는 고탄력 ‘패신저 셀(Passenger Cell)’이라는 것을 내장해 운전자를 2중으로 보호해준다.

    대림대학 자동차공업과 김필수 교수는 “포르쉐와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는 최고품질의 특수재질을 쓰기 때문에 약한 충격에는 흠집도 나지 않고, 강한 충격시엔 충돌에너지의 흡수-분산 시스템이 탁월하다”고 말했다. 사실 그랜저와 포르쉐의 안전성을 단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가격대만 해도 그랜저가 2500만~4000만 원대라면, 포르쉐 911카레라는 1억3900만~2억2000만원대(터보)다.

    포르쉐를 포함한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볼보 등 프리미엄 브랜드의 자동차의 안전성을 거론할 때 중요하게 제기되는 것이 엔진의 캐빈 침입 여부다.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심각한 충돌이 일어나면 엔진이 캐빈으로 밀려들지 않고, 아래로 떨어지게 설계돼 있다. 운전자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결정적인 보호장치다. 이같은 기술은 일반 양산차의 경우엔 설계상의 특허나 자금력 등의 문제로 인해 근접하기가 쉽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차의 한 연구원은 “독일산 프리미엄 차들의 경우 오래 전부터 ‘샌드위치 패널’ 방식의 엔진룸 설계로, 충돌시 엔진이 무릎 아래 부분으로 들어가도록 해 치명적인 부상을 방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이같은 최첨단 기술들은 차량의 가격에 그대로 반영된다. 결국 ‘돈’이 운전자의 ‘안전’과 직결되는 셈이다. 국내 양산차들의 경우 이전에 비해 안전성이 상당히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도 허점이 많은 게 사실이다. 일례로 국내에서 이뤄지는 충돌테스트의 경우 실제 도로에서 정면충돌보다 더 많은 ‘빗겨충돌’(Offset, 11시에서 1시 방향) 테스트는 실시하지 않는다. 차를 선택하는 기준이 국내 소비자들의 경우 연료나 세금 등 경제성과 편의장치를 우선으로 꼽다 보니 안전성은 뒷전으로 밀려날 수 밖에 없다. 프리미엄 브랜드와 양산차의 격차를 인정할 수 밖에 없다면, 국내 차량 사고 안전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교통안전 체계 등 외적 요건들이 한단계 업그레이드 돼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7/04/27/200704270088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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