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한소주 싸움 쓴맛 나는 이유

요즘 젊은 직장인들의 회식 자리에서는 소주 얘기가 빠지지 않고 나옵니다. 주로 진로 참이슬과 두산 처음처럼을 놓고 어느 술이 더 좋은지에 대한 의견 교환 자리지요.
모식품업체 부장은 요즘 소주회사간 경쟁이 가장 관심 있다고 말할 정도로 양사간 싸움 얘기는 술자리 단골 메뉴로 돼 버렸습니다. 양사 제품들은 나름대로 강점이 있습니다. 진로 참이슬이 한국의 대표 브랜드로서 전국 점유율 50%를 웃도는 시장 지배력을 갖고 있다면, 두산 처음처럼은 샐러리맨 사이에서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지난 2월 이래 점유율을 높여 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이 과열되다 보니 일부에선 눈살이 찌푸려지는 모습도 나온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단적인 예가 26일 검찰 고소건과 관련된 양사간 비방전입니다. 진로는 이날 작심한 듯 아침 일찍 보도자료를 돌렸습니다. 두산측 이벤트 회사가 진로를 비방하는 루머를 퍼뜨린 사실이 확인돼 이벤트 회사 직원 두 명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자 두산이 더 이상의 공정한 경쟁자이기를 포기한 행위이며, 야비하고 치사하다고 반박 보도자료를 돌렸습니다.
사실 양사간 감정 싸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진로가 지난달 24일 알코올 도수 20도 벽을 깬 19.8도짜리 참이슬 후레쉬를 내놓으며 처음처럼의 물 성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자 두산측이 즉각 공개 질의서를 통해 정식 사과하지 않으면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고 맞선 일도 있습니다. 싸움이 커지자 업계 내에서도 동종업계에서 지켜야 할 선이 있는데, 이번엔 그런 것도 사라졌다고 푸념하더군요. 양사 관계자들로부터 직접 들은 말입니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은 이를 어떻게 느낄까요. 양사의 시장쟁탈전을 흥미롭게 관전하는 소비자만큼이나 스트레스로 생각하는 이들도 많은 듯 합니다. 과음을 하면 결국 건강에 해로운 건데, 서로 몸에 좋은 술이라는 마케팅이 눈에 거슬린다는 거지요. 모 유통업체 간부는 집을 나서는데, 아파트 벽면에 한 소주회사를 선전하는 대형 걸개그림이 걸려 있는 것을 보고 이래도 되는지 의아했다고 하더군요. 기업들끼리 사활을 건 싸움은 이해하지만 소비자들을 피곤하게 하는 일은 말아줬으면 좋겠다는 소비자의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