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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품 토너 카트리지, ‘싼 가격 뒤에 숨은 허와 실’
프린팅 시장의 공공의 적, 비정품 소모품

프린터의 탄생은 인쇄 및 출력의 주체가 전문 출력소에서 일반 기업이나 개인 사용자로 넘어갈 수 있게 한 계기가 됐다. 출력소까지 달려갈 필요 없이 사무실이나 가정에서 손쉽게 원하는 결과물을 출력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PC가 예로부터 지금까지 온갖 바이러스와 트로이목마 프로그램, 악성 코드 등에 시달리고 있는 것처럼 프린팅 분야도 예로부터 지금까지 골칫거리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있으니, 바로 비정품 소모품이다.
 

레이저 프린팅이 대중화 되면서 비정품 토너 카트리지의 수요와 공급도 덩달아 늘었다

이제는 잘 알려진 내용이지만 프린팅 솔루션 전문 기업들은 기기를 판매함으로써 얻는 수익보다 소모품을 통해 얻는 수익이 훨씬 크다. 프린팅 솔루션들은 다른 하드웨어와는 다르게 꾸준히 리본이나 잉크, 토너와 같은 소모품을 보충해줘야 하며, 이는 지속적인 수요가 되기 때문이다.

재생이나 리필과 같은 비정품 소모품 업체들은 정품보다 ‘싼 가격’을 무기로 그러한 틈을 파고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일반 소비자들의 상당수가 ‘정품은 비싸다’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훨씬 저렴한 가격을 무기 삼은 비정품 업체들은 시장에서의 비중이 무시할 수 없을 정도가 됐다.

더군다나 재생 및 리필 소모품들이 ‘자원 재활용’이란 이슈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친환경 솔루션’처럼 인식되기 시작했다. 프린터 제조사들이 보면 땅을 칠 노릇이다. 성심껏 살아오던 조강지처를 내쫒고 그 틈을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첩이 비집고 들어온 꼴이 됐으니 말이다.

비정품 토너 카트리지, 그 실체를 알자

보통 비정품 카트리지라고 통틀어서 언급하지만, 그 종류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다. 이를 정리해 크게 구분하면 아래의 4가지로 나눌 수 있다.

▲ 리필 카트리지 = 단순히 빈 토너 카트리지에 토너만 새로 채워 넣은 것을 말한다. 카트리지 자체에는 변화가 없으며, 정품이 아닌 다른 토너가 들어가게 된다. 단지 다 쓴 빈 카트리지에 내용물만 채워 넣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제조 방법을 가지고 있어 별도의 생산 시설 없이 빈 카트리지 공급선과 토너만 있으면 만들 수 있다.

▲ 재생 카트리지 = 못쓰게 된 카트리지를 ‘재생’한 것으로 빈 카트리지뿐만 아니라 고장난 카트리지도 재생시켜 사용한다. 폐 카트리지의 부품들을 모아 문제 재조립하거나 일부 부품을 교체하게 되므로 카트리지 자체에 일부 수정이 가해지게 된다. 보통 하나의 단품 패키지로 재포장돼 판매된다.

▲ 호환 카트리지 = 폐 카트리지를 수거해 제조하는 리필이나 재생 제품과는 달리 정품과 호환되는 카트리지를 처음부터 직접 생산 및 제조하는 경우. 정품과 외형 및 설계에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복제로 인한 지적재산권 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자체 브랜드를 가지고 신품처럼 판매되는 경우가 많다.

▲ 위조품 = 제조방식과는 별개로 정품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패키지와 상표를 달고 판매되는 가짜 카트리지.

제조 방식과 종류의 차이는 있지만, 이러한 비정품 카트리지의 공통점은 정품 대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있다.



실질적으로 비슷한 성능에 훨씬 싸게 소모품을 구할 수 있다면 상당수의 소비자들은 그 길을 택하게 된다. 비정품 업체 입장에서도 꾸준한 수요가 있다면 하나라도 더 싸게 많이 파는 것이 이익이다. 정품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는 그러한 이유도 숨어있다.

한편으로는 적지 않은 소비자들이 그러한 비정품 소모품들을 ‘정품과 차이가 별로 없으면서도 가격은 저렴한 제품’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대조적으로 프린팅 기기 제조업체들을 ‘그 차익으로 인한 폭리만 취하는 집단’으로 색안경을 낀 채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제 그 색안경을 벗을 필요가 있다.

저렴한 가격에 가려진 비정품 카트리지의 허와 실

일단 가장 중요한 점은 그러한 비정품 소모품들은 해당 제조업체들이 직접 설계하고 만든 제품이 아니라는 것이다. 일부 업체는 자체 생산 시설을 갖추고 있기도 하지만, 상당수의 업체들은 단순 조립 공장만 겨우 갖춘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예 해외에서 완성품으로 공급되는 재생 카트리지 자체를 그대로 수입해 들여오는 경우도 있다.

정품 카트리지는 최적의 품질을 유지하고 최적의 성능을 항상 유지하고자 토너의 개발단계서부터 신경을 쓴다. 원 재료의 선정부터 생산과정 하나하나를 꼼꼼히 관리하며, 심지어는 최적의 효과를 내기 위해 프린터별로 각각 다른 종류의 토너를 따로 생산하기도 한다. 세계 최대 프린팅 솔루션 공급업체 HP의 흑백 토너 중 가장 최신 제품인 ‘타입 III 흑백 토너’가 그 예다.


정품 토너에는 비정품과 차별화된 기술이 녹아들어있다

재료를 단순 배합 및 분쇄해 만드는 기존의 토너와는 달리, 화학식 중합법(CPT)으로 ‘양성’시킨 타입 III 토너는 훨씬 작고 균일한 크기와 일정한 구형의 형태를 유지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토너 입자 설계를 감광 드럼에 더욱 잘 달라붙게 함으로써 보다 정확하고 세밀한 출력 품질은 물론, 기존 대비 보다 적은 양의 토너로도 인쇄 품질을 유지하도록 했다. 이는 품질 뿐만 아니라 소비되는 토너의 양도 줄여준다.

반면 그냥 ‘재료’만 가져다 조합해 만든 비정품 카트리지들은 처음부터 카트리지를 구성하는 구성체들-카트리지 본체와 토너, 제조원이 다른 기타 내부 부품 등-의 궁합이 맞지 않으며, 그만큼 카트리지 자체의 품질을 떨어뜨리게 된다.

이를 통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여러 가지인데, 대표적인 것은 먼저 인쇄 품질의 차이다.



레이저 프린터의 인쇄 프로세싱 과정

인쇄 품질의 차이를 논하기 전에 우선 레이저 프린터의 토너 카트리지의 구조와 그 동작 원리를 자세히 알 필요가 있다. 일반적인 레이저 프린터에서는 감광드럼 표면에 레이저로 프린트될 이미지의 상을 그리면 +전하로 대전된 상 이미지에 -로 대전된 토너가 달라붙게 된다.

감광드럼은 다시 종이 위에 토너를 옮기게 되고 열과 압력으로 압착하는 퓨징(Fusing) 롤러를 거치면 토너가 종이에 융착돼 인쇄가 완료된다.

◇ 비정품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인쇄 품질 저하 문제 = 정품 토너라면 이 과정에서 사용자와 프린터가 원하는 대로 토너가 정확히 일정량으로 공급되고, 감광드럼에 확실하게 달라붙으며, 남김없이 깔끔하게 종이 위로 옮겨져 융착된다.

하지만 비정품 카트리지의 경우 서로 다른 곳에서 만든 드럼과 토너가 사용되는 만큼 토너가 드럼에 달라붙는 정도와 다시 드럼에서 종이로 토너가 옮겨지는 정도가 정품보다 현격히 떨어진다. 또한 규격에 맞지 않는 토너를 사용함으로써 토너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거나 너무 과하게 공급되는 현상도 발생할 수 있다.

그렇기에 정품 토너 카트리지 사용 시 거의 없는 인쇄 품질 저하 증상들을 재생·리필 토너에서는 쉽게 볼 수 있다. 너무 흐리거나 진한 인쇄 결과, 고르고 선명하지 않은 인쇄품질, 줄무늬나 불규칙한 농도, 잔상 현상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비정품 토너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인쇄 품질 결함(출처:HP)

비정품, ‘친환경’과는 더더욱 거리가 멀어

비정품 토너 카트리지를 사용함으로써 발생하는 문제는 인쇄 품질 뿐만 아니다. 비정품 토너 카트리지는 사용자와 프린터 자체의 건강은 물론,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환경을 충분히 위협할 수 있는 존재다.

토너는 정품과 비정품을 막론하고 기본적으로 인체에 유해한 화학물질들로 만들어진다. 그 구성 성분의 상당수가 발암물질이라는 것도 이미 알려진 사다. 따라 레이 린터 복 등의 기기들은 인쇄 과정 외적인 부분에서 토너가 유출됨을 최대한 막고 있으며, 쓰고 벼려지는 폐 토너도 유출되지 않도록 별도의 내부 수거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비정품 카트리지는 약화된 내구성으로 토너 누출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하지만 비정품 토너 카트리지들은 정품과 비교해 그런 점에서 매우 취약하다. 폐 카트리지를 직접 조작하는 과정 중에 카트리지의 내구성과 기밀성은 크게 떨어지며, 이는 잠재적으로 토너 누출의 원인을 제공하게 된다.

또 너무 과다하게 충전된 토너나 종이에 완전히 옮겨지지 않 는 토너 입자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입자가 되어 터 내부나 공기 중에 떠돌게 된다. 토너 등의 원료 선정에 있어서도 ‘경제성’을 우선시하느라 더 유해한 물질을 사용했을 가능성 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 너 입들은 그대 프린터 사용의 눈과 코, 으로 흡입될 수 있다.

간단히 설명하면 품 너 리를 사용해 프린팅 작업을 하면 그 프린터 주변 공간은 마치 담배 연기를 풀어놓은 과 비슷한 상 되기 쉽다는 것이다. 싼 맛에 사서 쓰는 재생·리필 카트리지가 알게 모르게 사용자의 건강을 해치는 원흉이 될 수도 있다 말이다.


누출된 토너는 프린터의 건강에도 영향을 끼친다

사용자의 건강뿐만 아니다. 프린터의 건강 또한 심각한 위협을 받는다. 누출된 토너는 프린터 내부 구석구석에 쌓여 기계적인 불량이 발생하는데 일조한다. 특히 복제된 호환 카트리지나 재사용 부품을 사용하는 재생 카트리지를 용한 경우 프린터 본체와 카트리지의 부품이 잘 맞지 않아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친환경성’에 대한 문제도 넘어갈 수 없는 부분이다. 비정품 소모품 제조업체들은 ‘버려지는 폐 카트리지를 재활용하기 때문에 자원 절약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사실과는 다르다.

현재 거의 모든 프린팅 솔루션 제조사들은 자사 제품들에서 쏟져 나오는 폐 소모품들을 적극적으로 수거하고 있는 상황이다. HP도 전 세계에 걸친 환경보호 정책 ‘플래닛 파트너스 재활용 프로그램(Planet Partners Recycling Program)’을 통해 폐 토너 및 잉크 카트리지들을 앞장서 수거하고 있다.


수거된 카트리지를 분해해 재활용하는 HP의 자체 재활용 공장

또 이렇게 전 세계에서 회수되는 자사 폐 카트리지들을 자체 재활용 공장을 통해 100% 재활용하고 있다. 폐 카트리지를 분해해 원 재료 상태로 되돌리고, 이를 새 카트리지를 만드는데 사용한다는 것.


토너 기술의 개발로 기존(사진 오른쪽) 대비 카트리지 크기를 훨씬 줄일 수 있었다(왼쪽)

한편로는 카트리지를 새롭게 설계함으로써 자원 소비를 줄이기도 한다. 앞서 소개한 HP의 ‘타입 III 흑백 토너’의 특징은 훨씬 작고 균일한 입자 크기에 보다 적은 양의 토너로도 이전과 동일한 품질을 유지한 데 있다. 타입 III 토너와 함께 개발된 토너 카트리지는 이 장점을 크게 살려 카트리지 크기를 기존 대비 31% 줄였다는 것이 HP 측의 설명이다. 이를 통해 카트리지 제조와 포장 패키지에 들어가는 자원을 훨씬 줄이도록 했다.

하지만 비정품 제조업체들은 재료가 되는 ‘다 쓴 정품 카트리지’의 회수에는 열을 올려도,  자신들이 생산한 리필과 재생, 호환 카트리지들의 회수에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 않다. 시장 조사기관인 ‘인포트렌드(InfoTrends)’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미국과 유럽지역에서 비정품 토너 카트리지의 80% 이상이 그대로 버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 이중적인 모습을 보면 ‘단순 수거 재활용’이 과연 친환경적인지 의문이 든다. 결국 다 쓴 비정품 토너 카트리지는 그냥 버려지고, 그 안에 남아 있는 유독한 화학물질인 잔류 토너 또한 그대로 유출될 가능성이 커진다. 그렇게 ‘안정성을 보장할 수 없는’ 비정품 카트리지가 친환경을 논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비정품 카트리지, 과연 합리적인 선택인가?

이렇게나 정품과 비정품간의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소비자들이 비정품을 소모하는 이유는 체감상 무엇보다 크게 느껴지는 차이인 ‘비용문제’를 들 수 있다.


소비자들이 가장 민감해 하는 부분은 역시 '비용'이다

사실 프린팅 솔루션 제조업체들이 들고 나온 소모품 정책은 ‘비교할 수 없는 품질과 신뢰성’이다. 일단 비정품 소모품과 단품 가격으로 직접 경쟁하기에는 힘들기에 내린 선택이다.

물론 그만한 노력에는 그만큼의 비용이 소요되는 것은 당연하다. 프린팅 솔루션 제조사들이 잉크와 토너 같은 소모품 개발에 쏟아 붓는 연구개발비는 상상을 초월한다. 정품 소모품들이 비싸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솔직히 정품 제조사 입장에서도 소모품 판매서 얻는 수익 대부분을 다시 품질 개선과 기술 개발에 재투자하기 때문에 실제 남는 이익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재생 및 리필 카트리지에 사용되는 잉크나 토너는 어떨까? 비정품 제조사들도 그런 식으로 꼼꼼하게 토너나 잉크를 제조했다면 지금과 같은 가격으로 제품을 낼 수 없다.

◇ 당장은 이익이나 결론은 손해로 끝나는 비정품 카트리지 = 유명한 고사로 ‘조삼모사(朝三暮四)’라는 말이 있다. 당장 보기에는 더 이익인 것처럼 보여도 실제 결과는 똑같거나 오히려 손해를 보는 상황을 설명하는 말이다. 프린팅 솔루션에서의 비정품 소모품이 바로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앞서 비정품 카트리지들의 문제점 중 하나로 ‘인쇄 품질의 저하’를 들었다. 대충 보고 버릴 문서라면 문제될 것이 없지만, 중요한 문서를 뽑을 때 그러한 문제가 발생한다면 문제가 된다. ‘잘못 나왔으면 다시 인쇄하면 되겠지’라고 생각 할 수 있는데, 그 경우 인쇄를 하는데 소비하는 시간과 용지, 그리고 토너를 2배 이상 소비하게 된다. 정품 카트리지라면 한 번 출력으로 끝낼 수 있었을 작업을 말이다.

그만큼 낭비되는 시간과 인력, 자원은 카트리지의 가격 차이를 상쇄하고도 부족하다. 또 반복 인쇄로 인해 토너의 소비량은 더욱 가속화되며, 자련스럽게 정품 카트리지에 비해 교체시기가 더욱 빨리 다가오게 된다. 그런데도 리필 및 재생 카트리지가 정품보다 저렴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이제는 정품 소모품에 대한 색안경을 벗을 때가 왔다

‘신토불이(身土不二)’라는 말도 있다. 사람이나 동물은 모름지기 그 땅에서 난 것을 먹어야 한다는 옛말이다. 그야말로 프린터와 정품 소모품과의 관계를 직접적으로 나타내는 말이 아닌가 싶다. 프린터나 복합기 역시 ‘제 땅에서 난 것=정품 소모품’이 몸에 가장 잘 맞는 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억지로 ‘다른 땅에서 난 것=비정품 소모품’을 먹어 봐야 좋을 건 없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가격표만 보고서 비정품 소모품을 택한다면 잠깐은 좋지만 결국 돌아오는 손해는 사용자, 즉 자신의 몫이다. 조삼모사의 고사에 등장하는 원숭이들의 역할을 자진해서 맡을 필요는 없다. 남은 것은 소비자들의 인식 전환이다. ‘정품 소모품은 비싸다’라는 색안경을 벗어던지는 것이야 말로 합리적인 소비의 하나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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