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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IT업계에서 미국인을 능가하는 ‘막강 파워’ 국적(國籍) 집단은?

 

퀴즈 하나! 미국의 대표적인 간판 IT 기업인 동시에 세계 최첨단 기업인 구글(Google), 애플(Apple) 등의 소프트웨어 업무를 주도하는 사람들의 국적은 어디일까요? 정답은 미국이 아닙니다. 바로 인도입니다. 미국 IT 기업인들을 만날 때마다 자주 듣는 말이 “인도 사람들이 없으면 실리콘밸리가 돌아가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그만큼 인도 사람들이 실리콘밸리의 IT회사에 많이 근무하며 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의미입니다. 중국계도 많지만 인도인에 비하면 아직은 태부족이죠.

지난해 6월 취재차 방문한 구글 본사에서도 실리콘밸리의 인도 파워를 흠뻑 느꼈습니다. 구글은 인도·아프리카·브라질 등 다국적 경영진들로 구성된 글로벌 브레인들의 집합소인데, 그중에서도 유독 인도계가 돋보입니다.

대표적인 인물이 구글I/O(개발자 콘퍼런스) 행사에서 만난 빅 군도트라(44) 엔지니어링 담당 수석부사장과 선다 피차이(40) 크롬담당 수석부사장입니다. 두 사람은 구글의 신규 서비스 개발, 신사업 발굴, 인수합병 같은 주요 업무를 총괄하는 핵심 주역입니다.

군도트라는 구글의 ‘넘버 4’입니다. 구글은 공동창업자인 래리 페이지(40)와 세르게이 브린(40), 이들의 후견인 역할인 에릭 슈미트(58) 회장이 트로이카 체제로 회사를 이끌고 있는데, 이들을 제외하고 가장 큰 권한을 지닌 서열 4위가 바로 군도트라입니다.

 구글의 핵심 경영진인 빅 군도트라(왼쪽) 수석부사장과 선다 피차이 수석부사장은 둘 다 인도 출신이다.

5년 만에 구글 ‘넘버 4’로 비약한 군도트라 구글 수석부사장

그는 인도 돈보스코 공대(DB IT)을 나와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15년간 근무하며 윈도·오피스 등의 제품 전략을 맡았습니다. 2007년 구글에 합류해 구글플러스(Google+)를 비롯한 소셜서비스를 이끌고 있습니다. 5년 만에 구글의 핵심 요직을 차지할 만큼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았죠.

그는 지난해 구글I/O 행사에서도 경영진을 대표해 무대에 올랐습니다.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인물이 군도트라였던 것이죠. 행사 후 이어진 미니 칵테일 파티에서 군도트라를 잠시 만나 얘기를 나눴습니다.

반듯한 외모에 세련된 매너가 돋보이는 그는 부유한 귀족 집안 출신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는 “유무선 초고속 인터넷을 비롯해 한국의 IT 인프라가 대단하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S 3'가 나오자마자 구입했는데 정말 대단한 제품이다. 다음번에 꼭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구글의 인도 파워를 상징하는 또 다른 인물은 선다 피차이 수석부사장입니다. 그는 PC와 모바일의 소프트웨어 부문을 함께 책임지고 있습니다. 반도체 회사 어플라이드머티리얼과 컨설팅회사 맥킨지를 거쳐 2004년 구글에 스카우트된 그는 명문 인도공대(IIT) 학사, 스탠포드대 석사, 펜실베이니아대 경영학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피차이 수석부사장은 크롬이 MS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제치고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웹브라우저로 등극하게 만든 주역입니다.

키가 껑충 크고 호리호리한 체구의 피차이 수석부사장은 지난해 기자간담회에서 크롬 브라우저의 장점을 조목조목 설명했는데, 머리 좋은 공대 대학원생 같은 인상이었습니다. 그는 구글이 역점 사업으로 키우는 크롬 운영체제와 웹브라우저에 이어 최근 모바일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 총괄책임자까지 맡았습니다. 안드로이드를 처음 개발해 '안드로이드의 아버지'로 불리는 앤디 루빈 수석부사장이 물러나고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이죠.

실리콘밸리는 샌프란시스코, 팔로알토, 마운틴뷰, 새너제이 등을 아우르는 지역입니다. 인구는 300만명으로 추정됩니다. 인구 조사에 따르면 백인 39%, 아시아계 29%, 히스패닉계 26%, 흑인 2.5% 등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그런데 실리콘밸리에서 유독 인도 사람들이 두각을 드러내는 이유는 뭘까요?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사를 방문한 구글 창업자 겸 회장인 래리 페이지 일행이 이재용 사장과 최지성 전략기획실장 등 임원들의 배웅을 받으며 삼성전자 사옥을 나서고 있다. 페이지(가운데) 회장을 수행한 선다 피차이(왼쪽 둘째) 수석 부사장과 니케시 아로라(오른쪽 끝) 수석 부사장은 모두 인도 출신이다./허영한 기자

조직 개편, 인사, 신사업 등 제일 빨리 알아채는 인도인들

전문가들은 먼저 인도 엔지니어들이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수학적 기초가 탄탄하다는 점을 꼽습니다. 어릴 때부터 영어를 공용어로 배워 의사소통이 잘 되기 때문에 글로벌 기업들이 우선적으로 채용한다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인도식 영어는 알아듣기 정말 힘들던데, 미국 사람들은 한국인이 하는 영어보다 인도인 발음이 더 잘 들린다고 합니다.

두번째는 수학 강국(强國)으로 불릴만큼 뛰어난 수학적 능력입니다. 인도는 구구단이 아니라 19단을 가르칠 정도로 수학 실력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습니다. 수학은 모든 공학의 기초가 되는 학문입니다. 수학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를 익히면 소프트웨어 개발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인도를‘IT 강국’으로 이끌어온 인도공대(IIT) 중 한 곳인 IIT델리 학생들이 학위 수여식을 마친 후 가방과 스카프를 공중에 던지며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IIT 졸업생들은 세계적인 글로벌 IT 그룹에서 요직을 차지하면서 인재로 인정받고 있다. /AFP

마지막으로, 아니 가장 특기할 만한 것은 개인적으로 인도인들의 왕성한 창업 정신과 끈끈한 인적 네트워크입니다.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최근 6년간 미국에서 이민자가 창업한 IT기업 중 32%가 인도계가 설립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중국계는 8.1%에 불과했고 한국계 IT기업은 2.2%로 8위였습니다.

실리콘 밸리에 사는 인도인들은 자국 출신 인재들을 촘촘한 네트워크로 연결해 창업 및 경영 노하우를 전수(傳授)하고 투자자금 조달 등을 지원한다고 합니다. 성공한 인사들이 자국 출신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시로 창업 강좌나 기술 포럼을 열어 창업 정신을 불어넣고 격려를 아끼지 않습니다.

기업 내에서도 인도인 직원들의 인적(人的) 네트워크는 대단합니다. 회사의 조직 개편이나 인사, 신사업 추진 등 주요 정보는 이들이 제일 빨리 알아차린다고 합니다. 곳곳에 근무하는 자국 출신들이 서로 주요 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에 공식 발표가 나기 훨씬 전에 미리 안다는 것이죠.

인도인들이 실리콘밸리에서 최대 세력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밀어주고 끌어주는 유무형의 도움도 많다고 합니다.

이런 환경은 인도 출신들이 IT 기업에 취업하거나 직접 창업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실리콘밸리의 인도 파워를 한층 증폭시키는 원동력입니다.

한국인들도 IT 분야에서 뛰어난 실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아직 실리콘 밸리에서는 마이너리티(소수파)에 불과합니다. 보다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한편 한국인들간에 유대와 네트워크가 더 활성화돼야 성공 사례가 많이 나올 것입니다. 우리도 인도인들처럼 세계 IT무대에서 핵심중추 세력으로 자리잡을 날이 하루빨리 오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