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은 이윤이 많이 남는 음식

유명 냉면집, 하루 평균 400그릇 판매. 가정용 즉석냉면 시장 3년새 2.5배 급성장.
장마가 끝나고 폭염이 시작됐다. 더위에 지치면 입맛도 잃기 쉽다. 이처럼 후덥지근한 날엔 시원하고 상큼한 냉면이 제격이다. 여름철 별미인 냉면이 꾸준히 인기를 유지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예로부터 겨울철에 즐기다가 최근 들어 여름철 음식으로 변한 냉면은 한국의 국수 중 ‘대표선수’임에 틀림없다. 문화관광부는 지난 7월 26일 한국의 민족문화상징 100개를 선정해서 발표했다. 먹거리 중에서는 냉면이 소주, 막걸리, 자장면 등과 함께 선정됐다.
또 뉴욕타임스는 지난 7월 19일 외식면에서 냉면을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여름철 음식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냉면은 차갑고 부드러운 육수에 쇠고기 수육과 달콤한 배, 가볍게 절인 무, 오이, 삶은 계란 반 개를 곁들인 국수’라며 육수가 일품인 평양냉면과 맵고 육수가 없는 함흥냉면으로 나눠 식초와 겨자를 곁들여 먹는 법까지 실었다.
그렇다면 한국의 대표 국수인 냉면의 산업규모는 얼마나 될까? 통계청에 등록된 냉면 사업체는 101개(2004년)이고 연 매출 규모는 552억6900만원이다. 물론 통계에 잡히지 않은 냉면 산업의 매출규모는 이보다 더 클 것이다. 참고로 음식점업 전체 규모는 48조3696억원(2004년)이다.
또 식약청 통계를 보면 2006년 1분기 현재 전국 음식점 수는 69만8088개이고, 이 중 한국음식업중앙회에 등록된 음식점 수는 2006년 5월 현재 41만6890개이다. 식약청 통계에서 나타난 전국 음식점 수는 조리사 자격증 취득자 수인 66만5986명(2005년)과 비슷하다. 그 중 한식 조리사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은 49만3494명.
업계에서는 한식당과 분식점 수의 합을 약 45만개로 보고, 냉면을 메뉴로 갖춘 식당은 전체의 3분의 1인 15만개로 추정한다. 조리사연합회 황세흠 사무처장은 “매일 팔리는 냉면 그릇 수를 산출해낼 수는 없지만, 매일 15만개의 식당에서 냉면을 생산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서울 오장동 냉면집처럼 하루 1000그릇 이상을 파는 곳도 있고, 또 하루에 한 그릇을 겨우 파는 동네 소규모 분식점도 속해 있다. 냉면 가격 역시 2500원, 5000원, 7000원 등으로 다양하다.
▲ 고기로 우려낸 육수가 맑고 감칠맛이 있다.
그 중 대표적인 냉면집 한 곳의 매상을 살펴보면, 좌석이 160석인 오장동 신창면옥의 경우 하루 평균 팔리는 냉면은 400그릇이다. 여름 성수기에는 800그릇 이상이 나가고 겨울 비수기에는 150그릇 정도가 팔린다. 매일 평균 400그릇이 나갈 경우 1년 동안 14만6000그릇을 팔게 된다. 이곳 냉면은 한 그릇에 7000원이니까 연 매출이 10억2200만원이 된다.
그런데 냉면은 가격 대비 이윤이 높은 음식 중 하나이다. 한국음식업중앙회 김태곤 과장은 “보통 음식 가격의 30%가 이윤이지만 냉면은 경우에 따라 절반 이상까지도 이윤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냉면 가격은 재료비, 인건비, 권리금, 임대료, 인테리어 비용, 집기 구입비, 홍보마케팅비, 세금, 공과금, 수도ㆍ전기 등 사용료, 감가상각비, 이윤 등으로 구성된다. 다른 음식의 경우 재료비가 30~40%이지만 냉면은 30% 미만인 ‘저비용 고이익 상품’이다.
물론 잡뼈 대신 양지처럼 쇠고기의 좋은 부위를 사용하면 국물이 맑고 개운해져서 품질과 맛이 좋아지는 반면, 재료비는 상승한다. 또 메밀가루를 구입해서 면을 만들거나 국수를 납품회사에서 공급받는 것보다, 업소에서 메밀을 직접 갈아서 국수를 만들면 역시 재료비가 상승한다.
냉면 국수의 주재료는 메밀, 고구마, 감자 전분 등인데, 평양식 냉면은 메밀 70%와 전분 30%, 함흥식 냉면은 전분 100%, 부산식 밀면은 밀가루 70%와 전분 30%을 사용한다.
냉면 국수의 주재료인 메밀의 1년 생산량은 농림부 자료에 따르면 1만6000석으로 2242톤 (2005년) 이다. 2005년 메밀 수입량은 3800톤으로 70만달러 (약 6억7000만원) 어치였다.
상대적으로 통계가 잘 잡히는 즉석 냉면시장을 살펴보자. 사실 냉면은 집에서 해먹기 어려운 음식이다. 맛있게 면을 뽑는 것도 그렇고, 깊고 시원한 맛이 나는 육수를 우려내고 고명을 만드는 것 등 만만한 게 하나도 없다. 그러니 오랫동안 냉면은 음식점에 가야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인식돼 왔다.
냉면을 본격적으로 집에서 간편하게 먹을 수 있게 된 건 냉장 유통되는 ‘생면’이 대중화된 2000년부터다. ‘생면’의 선두주자였던 풀무원이 그 해 즉석식 냉면을 내놓았다. 즉석 냉면시장은 2002년 160억원 정도의 시장을 형성했고, 2005년에는 390억원으로까지 성장했다. 3년 만에 2.5배 커졌고, 올해도 10% 이상 커지고 있다. 즉석냉면을 연간 390억원어치 판다고 하면 얼마 안 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4000원 내외로 계산하면 연간 1000만개가 팔려나간다는 얘기다.
즉석냉면 시장의 강자는 풀무원이다. 시장점유율 50% 내외로, CJ와 오뚜기가 각각 20%의 점유율로 뒤쫓고 있다. 세 업체를 합치면 약 90%를 차지한다. 냉면을 포함한 비빔면, 우동 같은 생면 시장 전체로 확대해서 보면 연 매출 규모는 1500억원 정도다. 역시 풀무원, CJ가 선두주자이며, 2004년 오뚜기가 면사랑과 손잡고 뛰어든 후 경쟁은 더욱 가열됐다. 간편하면서도 건강을 생각하는 ‘미래형 즉석 식품’인 까닭에 동원F&B, 농심 등 다른 대기업들도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이러다 보니 소비자들은 다양하고 독특한 맛의 냉면을 손쉽게 맛볼 수 있게 됐다. 이제는 그냥 물냉면과 비빔냉면, 기껏해야 열무냉면 정도가 추가됐던 단순한 구색으로는 소비자를 잡을 수 없다. 올 들어선 뽕잎냉면, 동치미 물냉면, 해초냉면 등과 같은 이색제품 출시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풀무원은 ‘생가득’이라는 브랜드를 통해 숙성 동치미 물냉면’ ‘숙성 다대기 비빔냉면’ ‘함흥비빔냉면’ 등 다양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 웰빙 재료를 사용해 기능성을 가미한 제품들도 인기다. 칡즙이 포함된 ‘동치미 칡 생냉면’은 스트레스로 인한 어깨 결림, 갈증 등에 효과가 뛰어날 뿐 아니라 비만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CJ는 공격적인 신제품 출시로 풀무원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올해 여름시장을 겨냥한 신제품은 뽕잎 냉면’. 지난 5월 면에 뽕잎과 시금치를 첨가해 구수하고 쫄깃한 면발의 ‘남원골 뽕잎 냉면’을 출시했다. 식이섬유와, 칼슘, 루틴 등의 성분이 풍부한 뽕잎을 첨가해 건강에 관심이 많은 중·장년층을 겨냥한 제품이다. ‘CJ 동치미 물냉면’은 궁중요리 전문가인 한복진 교수와 공동으로 개발했으며, 찬물에 헹군 면에 시원하게 보관한 동치미 냉면 육수를 부은 후 기호에 맞게 깨나 오이 등을 넣어 먹으면 전문식당 음식 부럽지 않은 근사한 물 냉면이 완성된다. 쌀생면 원료로 만든 제품도 눈에 띈다. ‘CJ 흑미 냉면’은 100% 쌀생면 원료로 만들었다. 흑미가 들어 있어 구수하고 쫄깃쫄깃한 면발이 특징이다.
오뚜기 냉면 제품은 동치미 맛 육수가 함유된 ‘평양 물냉면’, 쌉쌀한 칡 향의 쫄깃한 면발과 매콤한 태양초 고추 양념장이 어우러진 ‘강원도 칡냉면’과 다시마, 미역 등을 곱게 갈아 밀가루 반죽을 한 ‘해초 물냉면’ 등이 있다.
풀무원 유인택 부장은 “냉면을 포함한 신선한 생면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은 계속 증대되고 있다”며 “식품업체의 생면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가정 안팎에서 결코 인기가 식지 않는 한국 대표 국수인 냉면은 친환경 음식이기도 하다. 우선 냉면은 메밀 등 건강에 좋은 웰빙 식재료를 사용하고, 반찬을 이것저것 차릴 필요가 없어 국수의 양만 적당하게 맞추면 음식쓰레기도 최대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1년 동안 배출되는 음식쓰레기를 돈으로 환산하면 15조원 정도라고 하니, 냉면만큼 경제적인 식단도 없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