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가 지배하는 세상 80% 꼬리의 역습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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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음반을 가장 많이 취급하는 소매점인 월마트 매장에는 보통 4500장 정도의 음반이 진열돼 있다. 월마트가 보유하고 있는 음반은 이 보다 훨씬 많지만 공간의 제약 때문에 잘 팔리는 음반 위주로 진열 품목을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상위 200장 정도의 음반이 전체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온라인 음악 판매업체인 랩소디는 150만 곡 이상을 서비스하고 있다. 다운로드 받은 순위로 2만5000번째를 넘어서는 곡들은 월마트 매장에 없는, 비인기 상품이다. 그런데 아무도 찾을 것 같지 않은 이들 노래가 랩소디의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40%에 이른다. 한 곡 한 곡의 매출은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적지만 ‘티끌 모아 태산’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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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서점인 아마존, 온라인 DVD 대여업체인 넷플릭스 등 온라인 비즈니스에 성공한 다른 업체들에서도 이와 비슷한 현상을 볼 수 있다. 오프라인 업체들이 퇴짜를 놓은 비인기·틈새 상품들의 판매 비중이 최소한 전체의 20~30%에 이른다는 것이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비즈니스의 이런 차이에 가장 먼저 주목하고, ‘롱테일(long tail)’이란 용어를 만들어낸 사람이 IT 전문 잡지인 ‘와이어드’의 편집장 크리스 앤더슨이다. ‘롱테일’은 판매곡선에서 불룩 솟아오른 머리부분에 이어 길게 늘어지는 꼬리부분을 가리킨다.
이제까지 기업들은 머리부분의 히트상품에만 관심을 기울여왔다. 파레토 법칙으로 불리기도 하는 ‘80/20 법칙’에 근거한 합리적인 전략이었다. ‘80/20 법칙’은 매출의 80%가 20%의 진성(眞性) 고객 또는 핵심 제품에 의해 발생하고, 총 생산량의 80%는 20%의 핵심 사원이 만들어낸다는 이론이다. 그러나 ‘롱테일 경제학’은 이제는 꼬리부분에 해당하는 80%의 틈새상품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말한다. IT 거품 붕괴를 견디고 살아남은 아마존과 랩소디 등의 성공 비결이 바로 여기에 있다. 기존 오프라인 서점과 음반 판매점들이 무시해왔던 비인기 상품, 틈새 상품에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가능성을 찾아낸 것이다. 진열 공간을 거의 무한대로 확장할 수 있는 사이버 세계의 특성이 이를 가능하게 했다.
앤더슨은 롱테일 법칙이 온라인 시대를 좌우할 ‘새로운 미시경제학 이론’이라고 주장한다. 자원의 희소성 때문에 ‘선택과 집중’이 불가피하다고 전제하는 전통 경제학 이론과 ‘80/20 법칙’으로는 디지털 정보통신 시대의 경제 현상을 온전히 설명할 수 없다며 야심만만한 도전장을 던진다.
흥미로운 주장이기는 하지만 의문은 남는다. 랩소디의 경우 상위 20%에 해당하는 30만 곡의 판매 비중은 80%를 훨씬 넘는다. 월마트에겐 불가능한 새로운 수요를 창출했다고 하지만 ‘80/20법칙’은 그대로인 셈이다. 오프라인 서점인 보더스가 신간 베스트셀러를 매장 전면에 진열하는 것처럼 아마존도 같은 책을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배치한다. 온라인이건 오프라인이건 기본적인 판매전략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다.
물론 인터넷이 소비자들에게 훨씬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주고, 그 동안 꼬리부분에조차 들어갈 수 없었던 정보와 상품에 대한 수요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세상이 됐다고 말한다면 지나친 해석일 것이다.
롱테일 경제학
크리스 앤더슨 옮김 | 이노무브 그룹 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416쪽 | 1만9500원
김기천 논설위원
kckim@chosun.com
입력 : 2006.11.17 21:04 46'
/ 수정 : 2006.11.17 21:08 34'
http://www.chosun.com/culture/news/200611/20061117044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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