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의혹에 무너진 클래식 거장 러바인 별세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며 불명예 퇴진했던 미국 출신의 세계적 지휘자 제임스 러바인이 별세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 현지 매체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향년 77세.
미국 지휘자 제임스 러바인. 로이터 연합뉴스
NYT에 따르면 러바인은 지난 9일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 구체적 사인과 사망 발표가 늦어진 이유에 대해선 알려지지 않았다. 그는 파킨슨병 투병과 척추 수술 후유증으로 오래도록 건강이 좋지 않았다.
미 최대 공연예술단체로 꼽히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이하 메트)에서 40년 이상 활약한 러바인은 성추행 스캔들이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미국 클래식계를 대표하는 거장으로 높은 인기를 누렸다.
1971년 처음으로 메트 지휘대에 오른 러바인은 이듬해 수석지휘자가 됐고 1976년 음악감독으로 취임해 메트에서 2,500회가 넘는 공연을 지휘하며 역대 메트 지휘자 중 가장 많은 공연을 치렀다. 2004년부터 2011년까지는 보스턴심포니오케스트라 음악감독으로도 활동했다.
2017년 러바인은 다수의 10대 남성을 성추행했다는 폭로가 나오면서 추락했고 2018년 3월 메트 오페라로부터 전격 해고당했다. 이에 러바인은 메트를 계약위반과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했고 메트는 맞고소로 대응했다. 러바인은 이듬해 메트에게 350만달러를 받는 조건으로 소송을 종결하고 합의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입력 2021.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