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최고의 음악, 슈베르트의 교향곡 제9번 그레이트

최후의 위대한 고전주의 작곡가, 가곡의 왕. 슈베르트
레오폴트 쿠펠비저가 그린 슈베르트
프란츠 슈베르트(Franz Peter Schubert).
서양음악에 대해 공부할 때, 베토벤과 함께 고전주의와 낭만주의를 연결지었던, 음악사적으로 아주 중요한 2명의 인물들이라고 배웠던 슈베르트.
오늘날, 슈베르트에 대한 별칭은 '가곡의 왕'이죠. 그도 그럴 것이 슈베르트는 생애 동안 650곡에 가까운 수많은 가곡을 작곡했으니까요.
19세기 독일 리트 형식의 창시자라고 불리는만큼, 그의 독일 가곡에서의 위치는 절대적이랍니다. 하지만 슈베르트는 가곡만 작곡한 것은 아니랍니다.
그는 31년 밖에 되지 않는 아주 짧은 일생동안, 650여 곡의 가곡을 비롯해 실내악, 피아노곡, 교향곡 등 총 1200곡이라는 어마어마한 수의 작품을 남겼습니다.
그 중에 특히 유명한 작품을 꼽자면, 가곡으로 〈겨울 여행(일본인들이 잘못 번역하여 겨울 나그네로 알려져 있음)〉,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소녀〉, 〈백조의 노래〉, 피아노곡으로 〈방랑자 환상곡〉, 〈악흥(樂興)의 한 때〉, 실내악곡으로 〈죽음과 소녀〉, 〈송어(숭어)〉, 교향악곡으로 〈미완성〉, 〈그레이트〉 등을 꼽을 수 있답니다.
오늘 조명하고자 하는 슈베르트의 작품은 650곡의 가곡이나 약 600곡의 피아노곡, 실내악 등에 대한 것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수가 적은 8편의 교향곡, 그 중에서 슈베르트의 교향곡 하면 떠오르는 〈미완성〉 교향곡이 아닌 〈그레이트(The Great)〉에 대한 것입니다.
그레이트(The Great)... 이름만으로도 벌써 웅장함과 무게감이 느껴지는, 개인적으로는 슈베르트 최고의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작품인데요.
그레이트를 처음 접한 것은 제가 20살 때랍니다. 그 이전까지 학교에서는 '가곡의 왕' 슈베르트의 최고의 교향곡은 〈미완성〉이다, 시험에는 이것만 나온다 그렇게 배웠는데... 대학 입학 후 Blur의 앨범을 사고자 들렀던 음반 가게에서 우연히 보게 된 것이 슈베르트의 〈그레이트〉였답니다.
클래식을 좋아해서 중학생 시절부터 카세트를 통해 클래식 채널을 찾아 헤매고, 가끔 클래식 앨범을 구해서 항상 듣고 다녔던 저였지만, 그제까지 슈베르트의 교향곡 '그레이트'는 말 그대로 듣도보도 못한 것이었기에, 처음에는 〈미완성〉이 최고라는데 이건 뭐지... 별 거 아닐 수도 있는데 이걸 살까 말까... 하는 고민을 하게 만들었답니다.
그만큼, 제가 가지고 있는 저만의 틀 안에서 제가 모르는 것을 거부하려는 마음도 있었고, 음악에 대해 나름 많이 안다고 생각했던 제 자존심도 좀 상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내 안의 작은 소란 끝에 구매했던 슈베르트의 〈그레이트(The Great)〉 테이프를 카세트 플레이어 안에 넣고 플레이를 누르고... 천천히 감상을 시작했습니다.
조금은 어두운 듯하지만 그 안에 부드러운 성격을 한껏 내포한, 전체적으로는 금은 여성적인 느낌의 〈미완성〉 교향곡에 익숙해있었는데, 〈그레이트〉는 〈미완성〉과는 조금은 다른 듯한, 약간은 밝은 느낌이 들긴 했지만, 그래도 큰 차이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초반 1분을 들을 때까지만...
그러나 1분 뒤의 〈그레이트〉에 대한 느낌은 말 그대로 The Great!!! 였습니다. 이 곡의 제목 왜 〈그트〉인지 100% 아니 1,000,000배 동감할 수 있었던 신계의 체. 그리고 이때부터 슈베르트 최고의 , 아니 생 고의 교향곡이 레이트〉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레이트〉는 슈베르트가 정말 온 힘과 정을 다 들인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생각한 근거로는 슈베르트의 교향곡에 대한 집착에서 알 수 있는데요.
1824 3월 14일(아주 유명한 날이자, 중요한 날입니다. 제 생일이거든요!!! -0-;;) 현악4중주 2번 D단조(그의 가곡 〈죽음과 소녀 Der Tod und das Mädchen〉 주제에 의한 변주곡 악장이 포함됨)이 슈판치히 현악 4중주단의 연주로 성공을 거두고 난 후, 그 해 3월 31일 그의 절친 레오폴트 쿠펠비저에게 보낸 유명한 편지에서 자신을 '세상에서 가장 불운하고 가장 가엾은 사람'이라고 말하며, '대교향곡의 길을 개척할 목적이 아니라면 기악곡을 작곡하지 않겠다'고 표명했습니다.
이것은 슈베르트가 꿈꾸고 있던 대교향곡(그레이트, The Great)을 위한 것으로, 교향곡의 역사에서 결정적인 혁신을 가져오게 되는 이상적 형식에 도달시키려는 그의 집요함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중대한 발언이라고 할 수 있죠.
그만큼 그는 기악곡에 대한 강한 열정과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악곡에 대한 그의 열망은 다른 곳에서도 살펴볼 수 있는데요. 지금은 없어졌지만 다른 사람들에 의해 인용된 1824년 3월 25일 슈베르트의 일지에는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고 합니다.
'사람에게는 평생을 통해서 단 하나의 미가 수반되어야 하지만 … (중략) … 이 경이의 빛이 다른 모든 것을 비추어 주어야 한다.'
여기서 우리는 이러한 문구를 통해, 그가 추구했던 선율의 아름다움(기악곡)이 나머지 전체의 작품들을 비추어주고, 작품들에 생명력을 공급해주기를 바랐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의 곡을 통해서도 이러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슈베르트는 피아노 곡 〈방랑자 환상곡(Wanderer Fantasie)〉는 분명히 피아노 독주곡으로 작곡했지만, 가곡 〈방랑자〉 D489(슈미트 시)의 선율을 사용하였기에 〈방랑자 환상곡〉이란 곡명이 붙여진 정열적이고 방랑하는자의 마음을 표출한 작품입니다.
〈방랑자 환상곡〉은 슈베르트가 25세 때인 1822년 작곡되었고, 에마누엘 카를 폰 리벤베르크 공에게 헌정되었습니다.
끝곡의 처량한 분위기는 리스트의 편곡으로 더욱 높은 가치가 주어졌는데요. 전 4악장으로 이루어진 대피아노곡으로서, 장중한 제1악장, 침울하고 환상적인 〈방랑자〉를 주제로 한 변주곡 형식의 제2악장, 그리고 정열과 아름다움과 힘이 종합된 제3악장, 제1악장을 재현하는 제4악장으로 되어 있는 것을 보면, 이 곡은 단순한 피아노 독주곡이 아닌 교향곡의 영감을 받은 피아노 독주곡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또한 슈베르트의 기악곡, 즉 교향곡, 실내악, 피아노 소나타 등이 형식적으로는 소나타 형식이지만 실제로는 아름다운 선율의 연계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가 평생을 존경했던 베토벤의 교향곡과 비교해 보았을 때, 슈베르트의 기악곡은 주제가 훨씬 길고 성악적이며 주제 발전 기법을 통한 유기체적 통일성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단편적인 부분의 연결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슈베르트는 베토벤의 영향을 적지않게 받았던 것으로 추측됩니다. 슈베르트에 대한 인물평을 한번씩들 보세요.)
결국 그가 목표로 한 장르는 교향곡, 피아노 소나타와 실내악을 비롯한 기악곡이었는데 (여기서 협주곡이라는 장르는 제외. 그는 이 장르를 싫어해서 작곡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중 가장 중요한 장르는 교향곡이라고 생각합니다.
슈베르트의 교향곡 9번 〈그레이트〉는 기악곡 그 중에서 교향곡을 가장 중요시한 슈베르트의 모든 면모를 다 보여준 곡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레이트〉는 그의 교향곡들 중에서 최고의 곡이며, 슈베르트의 전 생애를 표상한 곡이라고 할 수 있죠.
〈그레이트〉는 엄격한 형식을 갖추고 있는 교향곡의 표본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베토벤의 교향곡과 같을 만큼 중요한 진보를 상징하고 있습니다.
〈그레이트〉는 내적 통일의 완전한 예(6개 정도의 기본 모티브가 이 교향곡을 구석구석 지배)로써, 현대 오케스트라 서법 전체의 초석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레이트〉는 슈베르트의 악기 편성자로서의 재능 절정에 오르게 하도 했는데요. 나는 실제로 피아노 이외의 악 연주나 지를 거의 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재적인 직관에 하여 오케스트라를 매우 맑고 균질한 색와 감탄할 만 표현의 평형을 유지했다고 합니다.
아무튼, 〈그레이트〉에 대한 설명은 이쯤에서 그만하고, 이제 본격적으로 곡을 감상해봐야겠죠? 슈베르트와 그의 작품들에 대한 설명은 곡을 감상한 이에 다시 하도 하겠습니다.
Schubert Symphony No.9 in C major, D.944 'The Great' 1. Andante - Allegro ma non troppo
1악장 Andante - Allegro ma non troppo
먼저 첫머리에 호른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뒤이어 현악기들이 등장합니다. 무언가 큰 반전을 예고하는 듯이...
이러한 예고에 부응하듯이, 모든 관현악기들이 총동원됩니다.
1악장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당당함입니다. 그만큼 웅장함의 극치를 보여주고, 격전지를 향해 달려가는 병사들의 모습을 그리는 것 같습니다.
혹은 중대한 결정을 내리고 그 결정의 결말을 보기 위해 모든 것을 불태우는 인생역전 영화의 남자 주인공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다른 교향곡들과는 다르게, 〈그레이트〉는 초반 1악장 호른이 곡을 이끌고 곡을 마무리합니다.
〈그레이트〉의 첫악장은 호른이 전체적인 주제를 이루고, 분위기를 이끌지만, 현악기들의 아름다운 선율과 관악기들의 중후함과 웅장함이 가미되어, 마치 서스펙트 블록버스터 영화 한편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는 1악장의 초반부터 끝까지 관현악의 조율 속에서 자유롭게 이어지다가 장대한 막을 내립니다.
Schubert Symphony No.9 in C major, D.944 'The Great' 2. Andante con moto
2악장 Andante con moto
2악장은 악장의 제목 그대로 '움직임을 가지고(con moto)'로 특징지워집니다. 〈겨울 여행〉의 첫곡에서처럼 어딘가 한 곳에 머무르지 않는 꾸준히 어딘가를 향해 나아가는 발걸음, 슈베르트 특유의 "방랑자" 리듬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리듬에 맞춰 오보에 선율이 작게, 그리고 더 작은 소리로 연주됩니다. 마치 종종걸음으로 누군가 뒤따라오는 것같은 느낌을 주면서 말이죠. (그렇다고 쫓고 쫓기는 분위기는 아닙니다. ;;)
2악장은 〈그레이트〉의 전체적인 웅장함과 밝은 분위기와는 다른 조금은 우수에 차있는 멜로디이지만 악장의 전체적으로는 〈그레이트〉의 기본 토대인 웅장함을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에 찬 방랑자의 표, 모습, 행동이 보인다 할지라도 역시 무언가 중대한 목표를 향해 포기하지 말고 전진해야 한다고 조언과 격려를 하는 것처럼 어두운 분위기를 끝내 밝은 분위기로 전환시키고 끝을 맺습니다.
Schubert Symphony No.9 in C major, D.944 'The Great' 3. Scherzo: Allegro vivace
3악장 Scherzo. Allegro vivace
첼로의 통통 튀는 멜로디를 기본으로 현에 의한 활발한 스케르초 악장이 나타납니다. 조금은 산뜻하고, 밝고, 유머러스한 분위기죠. 그러면서도 웅장함과 화려함을 잃지 않습니다.
이 주제는 3악장 내내 반복이 됩니다. 그러면서도 그 주제를 토대로 각종 다양한 모습들이 보여집니다. 슈베르트만의 모습이 느껴지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
스케르초의 주제는 팀파니가 곁들어 지면서 더욱 웅장해집니다. 관과 현 그리고 팀파니가 처음의 연주를 거의 주도합니다. 이 스케르초 악장은 약 14분이라는 긴 시간동안 연주됩니다.
브루크너의 교향곡에서 볼수 있듯이 〈그레이트〉의 스케르초도 계속 반복하고 변화합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산뜻하면서도 밝고 즐겁고 평화스럽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레이트〉의 전체적인 분위기인 상징적이고 위대한 느낌을 잃지 않습니다.
3악장을 듣다 보면 너무 포근하고 편안한 느낌에 도취한 나머지 약간은 눈물을 짓게 되기도 합니다. 사람이 너무 행복하면 우는 것처럼 말이죠. (그만큼 아름다운 악장입니다.)
3악장은 악장 초반의 스케르초를 연주하면서 '아직은 끝난 게 아니다. 뒤에는 더욱 거대한 후속편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처럼 다소 조용히 끝을 맺습니다.
Schubert Symphony No.9 in C major, D.944 'The Great' 4. Finale: Allegro vivace
4악장 Allegro vivace 론도형식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된 것처럼 금관의 신호음과 현악의 호응으로 4악장을 막을 올립니다.
기병대의 빠른 전진 뒤에 보병들의 힘찬 행진을 보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빠르고, 움직임이 힘이 넘칩니다.
그러다가 바로 분위기가 전환됩니다. 목관의 분산화음으로 시작된 다소 춤곡같은 분위기가 연출되는데, 승리를 쟁취하고, 축제를 벌인 것 같습니다.
관현악의 모든 악기들도 따라서 축제를 벌이는 것 같습니다. 이제 모든 전쟁은 끝이 났다는 것처럼, 평화가 계속될 것이라는 것처럼 〈그레이트〉의 4악장이 계속되면 될 빠르고 이 넘치는 행진의 분기와 즐거운 축제의 분위기가 복 되며 더욱 커집니다.
그리고 대단원의 을 내리게 되죠. 자신의 죽음이 코앞에 이다 것을 예견하고 있었던 슈베르트는 이 4악장을 통해서, 자신은 비록 이 짧은 생을 마감하지만 슈베르트 그 자신은 진정 위대하고, 영원히 패배할 일 없는 절대 승리를 쟁취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불운한 음악가 슈베르트
슈베르트는 지금은 '가곡의 왕'으로 불리지만, 그의 동시대인들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불행한 작곡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의 일생 내내 알려지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의 짧은 생애에 있어 빛을 발하게 된 시기가 너무 늦었다는 것이지요. (그렇다고 해서, 늦은 유명세가 돈으로 연결된 것은 아니었음. 슈베르트는 유명세도 늦게 탔지만, 경제적인 여유는 더더욱 늦어 그가 죽던 해 1828년 3월 이후에야 자신의 피아노를 구입함.)
슈베르트는 말년(1824년 이후)에는 빈에서 가장 주목받던 예술가였습니다. 특히 일반 대중들보다는 당시의 예술 애호가들에게는 슈베르트는 절대적인 유명세를 타고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슈베르트는 그가 정말 노력하고, 정성을 들였던 분야에서는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평생을 피아노를 사랑하고 피아노만을 연주했던 쇼팽이 지금도 '피아노의 시인'이라고 불리는데 비해, 실상 슈베르트는 예술 가곡(독일 리트), 그 중에서도 극히 일부분의 작품에서 인기를 얻고, 기악곡은 교향곡 b단조(미완성), 2개의 현악 4중주곡, 1개의 3중주곡, 5중주곡 숭어, 대소나타 이외의 인기가 있었던 피아노 곡 몇 개 정도로 아주 한정된 작품만이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가 정말로 사랑하고 공을 들였던 교향곡들 비롯한 기악곡들은 실상 거의 외면을 당했죠. 오죽했으면, 그의 사후에도 그에게 붙여진 별명은 '가곡의 왕'이었습니다. 그는 아마도 '교향곡의 왕'으로 불리고 싶었겠죠.
(〈그레이트〉와 〈미완성〉, 〈숭어〉 등을 보자면 충분히 교향곡 관련해서도 별명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
예술가의 꿈과 이와는 동떨어진 청중의 욕구
슈베르트는 20대 초반의 젊은 시절, 이름 없는 대규모의 청중들에게 눈을 돌리면서 그들의 기호에 맞는 음악을 만들어야 했고, 이때부터 청중들의 음악적 취향과 자신의 예술가로서의 야망 사이의 심각한 괴리를 알아차렸습니다.
처음에는 그에게 이 괴리가 극복할 수 없는 것처럼 느껴졌으나, 그는 곧 그의 작품 전체를 상호 보완하는 두 개의 작품군으로 분리시킴으로써 그 괴리를 해결하려 했습니다.
두 개의 작품군 중 한 쪽은 피아노 5중주곡 〈숭어〉 D. 607과 8중주곡 F 장조 D. 803, 그리고 그의 가곡들 등 슈베르트가 청중에게 바친 친숙하고 쉬운 작품군입니다.
다른 한 군은 진보적인 형식과 표현의 내적 필연에 의해 조응하는 음악으로, 후기 현악 4중주곡(특히, 현악 4중주 d 단조 〈죽음과 처녀〉 D. 810과 현악 4중주 G장조 D. 887)과 후기의 교향곡, 대규모의 피아노 소나타와 광대한 연작가곡(특히, 〈겨울 여행〉 D. 911) 등의 작들입니다.
슈베르트가 사랑한, 그의 모든 것 교향곡
슈베르트 15년 동안 14곡 또는 15곡의 교향곡을 시도했다고 합니다. 비록 절반 정도인 8곡밖에 완성을 하지 못했지만, 매년 1편씩의 교향곡을 작곡(또는 시도)했다는 것을 의미하, 이것은 다시 말면 슈베르트가 교향곡에 대해 얼마나 큰 애정을 갖고 있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슈베르트는 교향곡이라는 장르를 통해서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야심적 이미지를 그대로 보여주었고, 그가 수년간 연구했던 형식을 적용했으며 온 열정과 정성을 쏟아 부었습니다.
오늘 설명해드린 곡이자, 슈베르트 교향곡 중에서 최고라 평가받을 만한 교향곡 9번 C장조(별칭 그레이트)는 그 위치로 보아 슈베르트의 전 생애를 표상하고 엄격한 형식에서 베토벤의 교향곡과 같을 만큼 중요한 진보를 상징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내적 통일의 완전한 예(6개 정도의 기본 모티브가 이 교향곡을 구석구석 지배하고 있다.)로서 이 교향곡은 현대 오케스트라 서법 전체의 초석이 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또 슈베르트의 악기 편성자로서의 재능을 절정에 오르게 했습니다. 그는 실제로 피아노 이외의 악기 연주나 지휘를 거의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천재적인 직관에 의하여 오케스트라를 매우 맑고 균질한 색채와 감탄할 만한 표현의 평형을 유지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슈베르트는 말년에 당시 음악의 진보적인 면에 있어서 다른 누구도 도달하지 못했을 정도로 높이 도달했던 작곡가였지만, 항상 자신의 예술적 기초로 되돌아가서 자신의 테크닉의 형성을 다시 반문할 줄 알았으며 당시에 이미 명성을 얻고 있었던 대위법 교수 지몬 제히터에게 교습을 받을 정도로 열성적이었습니다.
그는 이 레슨을 통해 대위법을 연습하고 그의 곡에 적용시키길 원했습니다. 교향곡 제 10번 안단테의 초고에서 그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하는데, 어쨌든 교향곡에 대한 슈베르트의 열정은 대단한 것이었으며 그만큼의 업적을 남기고 있다고 봐야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때문에 그를 최후의 위대한 고전주의 음악가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슈베르트의 위대함
오토 에리히 도이츠의 연대순으로 정리된 작품번호에 따르면, 슈베르트는 그의 전 생애를 통하여 998개에 이르는 작품을 작곡하였다고 합니다.
(위키백과에는 슈베르트는 평생동안 650곡의 가곡을 포함, 실내악곡, 피아노곡, 교향곡 등 총 1200여 곡을 작곡했다고 함.)
물론, 그 중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약 633곡의 가곡이며, 이전 고전시대에는 별로 주목받지 못했던 가곡, 특히 잊혀진 독일 가곡 리트를 슈베르트가 아름다운 선율과 색채에 넘치는 화성으로 비로소 독립된 주요한 음악의 한 부문으로 격상시켰다는 점은 그를 '가곡의 왕'으로 불리기에 전혀 손색이 없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흔히 알려진 바대로 그것이 다는 아닙니다. 앞에서도 살펴보았듯이 교향곡을 비롯한 기악곡에서도 그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의 작품은 실내악, 피아노곡, 교회음악, 교향곡 등 그가 거의 흥미를 보이지 않았던 협주곡을 제외하고는 모든 장르에 걸쳐 있으며, 그의 짧은 생애에도 불구하고 극히 많은 셈입니다. (31년 동안 작곡을 했다고 쳐도 매년 40여 곡을 작곡한 것이 됨.)
또한 슈베르트를 위대한 음악가들 가운데에서 같은 연령으로 비교한다면, 그는 제일 빨리 음악 작품으로 경제적 독립을 이루었으며 가장 창작력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가장 혁신적인 음악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슈베르트 역시 일생동안 가난하게 살았음.) 일부에서는 슈베르트를 베토벤의 에피고넨, 즉 베토벤의 여성적 분신으로 여도 했습니다. 이는 기악곡에서 슈베르트가 주력했던 장르와 베토벤이 주력했던 장르와 일치한다는 점과, 음악적 양식에서 베토벤을 쫓아가려했다는 점, 그리고 곡의 유기체적 통일성보다 유려한 선율의 아름다움에 더 주목했다는 점에서 일면 설득력을 지니지만, 이는 주관적이고 자의적인 평가로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슈베르트는 일생동안 베토벤을 존경했음.) 슈베르트는 기악곡에서 질으로나 양적으로 무수한 기여를 하였으며, 어떤 때에는 〈혁명가〉라는 소리 들었던 쇤베르조차 베르트와 비교한다면 자신은 한줌에 불과하다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슈베르트의 완숙기의 모든 작품, 특히 마지막 2년의 작품 계시에 가득한 아포리즘을 예시하였고 입증하였습니다.
(특히 그의 사망해인 1828년 그는 수많은 걸작들을 작곡했는데, 1828년 초반에는 피아노 2중곡들 최고의 걸작인 〈환상곡 F단조 Fantasy in F Minor〉를 작곡했고, 3월에 〈그레이트〉, 칸타타 〈미리암의 승리의 노래 Miriams Siegesgesang〉을 완성했으며, 6월에는 6번째 미사곡 E♭장조를 작곡함.
8월에는 가곡으로 돌아와 연가곡집 〈백조의 노래 Schwanengesang〉를 출판함.) 슈베르트는 끊임없는 자기 발전을 통한 진보적 음악가인 동시에 전문적 지식이 없는 청중들에게조차 쉽게 인정받을 수 있는 대중적 음악가였습니다.
(다만, 그의 생이 너무 짧았을 뿐...)
〈그레이트〉의 위대함
로베르트 슈만 (Robert Schumann)은 친구들은 다 알아주었으나 세상이 알아주지 못한 한 요절한 천재의 작품들을 재조명하기 위하여 슈베르트의 형 페르디난트의 승인 하에 그가 남겼던 악보들을 뒤지기 시작하였습니다.
마침내 먼지 가득한 초고 더미 속에서 엄청나게 두꺼운 묶음의 이 자필보가 슈만의 손에 잡혔고, 한 장 두 장 악보를 읽어가던 슈만의 손은 부르르... 떨리기 시작하였습니다.
거의 손볼 데 없이 완벽하게 마무리 된, 거의 50분에 육박하는 연주시간을 가진 4악장의 교향곡이 새로이 세상의 빛을 보게 된 순간!!! 슈만은 즉시 멘델스존에게 이 악보를 전해주었습니다.
관현악에 있어서는 슈만을 능가하는 뛰어난 음악가였던 멘델스존 역시 이 악보를 보고서 연주를 위한 악보분석에 들어갔으나, 슈베르트가 남긴 장대한 삶의 흐름을 완벽하게 끝까지 파악하지는 못한 채 1838년 3월 21일 우선 2악장까지만 연주되었습니다.
그리고 이후 이 교향곡은 지휘자에게 있어서나 관현악단에 있어서나 기교적인 면이 아니라 그 음악적인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결코 제대로 된 연주가 이루어지지 않는 어려움을 부여한 작품으로서 많은 지휘자들의 도전을 받고 있는 곡이 되었습니다.
슈만이 남긴 이 곡에 대한 논문을 읽어본다면 이 곡이 갖는 특징이 금방 파악될 것입니다.
"...이 교향곡은 장 폴의 4권짜리 장편소설 못지않게 장대한 길이를 가지고 있다. 이 곡이 좀처럼 끝나지 않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인데, 결국은 청중들로 하여금 그 뒤를 마음껏 생각하도록 하게 마련이므로 좀처럼 끊어버릴 수가 없는 것이다. 전 곡에 넘치는 풍성한 감동은 얼마나 사람들의 마음을 후련하게 해주는 것인가......마치 꾸며진 듯한 내용의 에피소드이긴 하지만, 이 곡이 '그레이트'라 불리우는 연유는 여기에 있는 것이다."
또다른 그의 평... "...사람의 목소리와 합창이 노래를 주고 받는 것처럼 독창적으로 각 악기와 관현악의 음량에 대해 정확히 터득하고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그의 비상한 재주를 알 수 있다. 처음에는 새로운 악기 편성, 형식의 웅대함, 우리가 전혀 모르는 새로운 세계의 모습이 너무나도 화려하게 교차되어 있어서 마치 신기한 것을 볼 때처럼 혼란을 느끼는 이들이 많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마법사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은 뒤처럼 즐거움이 남는다."
너무나도 길었던 슈베르트와 〈그레이트〉에 대한 설명. 잘 읽어보셨나요? ^^;; 사실 〈그레이트〉의 각 악장에 대한 설명을 할 때는 빌렘 멩겔베르그의 지휘로 연주된 것을 올렸으나, 개인적으로는 카라얀의 지휘 스타일이 더 좋답니다.
다만, 카라얀의 지휘본은 음악이 중간에 끊기기 때문에, 부득불 대체하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되시면, 카라얀의 지휘본도 함께 감상해보세요. ^^ 카라얀(Karajan)의 지휘로 연주된 〈그레이트〉
Schubert symphony no.9 The Great (I) - Andante - Allegro ma non troppo (1 of 2)
Schubert symphony no.9 The Great (I) - Andante - Allegro ma non troppo (2 of 2)
Schubert symphony no.9 The Great (II) - Andante con moto (1 of 2)
Schubert symphony no.9 The Great (II) - Andante con moto (2 of 2)
Schubert symphony no.9 The Great (III) - Scherzo Allegro vivace
Schubert symphony no.9 The Great (IV) - Finale Allegro molto vivace (part 1 of 2)
Schubert symphony no.9 The Great (IV) - Finale Allegro molto vivace (part 2 of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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