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색 생선부터 이불 개듯 먹어야

고급 일본식당에서 식사한다는 것을 일본에서는 그만큼 먹어 본 경험이 많다는 뜻으로 해석한다. 고급식당에 올 만큼 많이 먹어 보지 않았느냐는 것이다.일단 초밥을 먹는 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젓가락을 사용하는 것과 우리나라에서는 흔치 않지만 맨손으로 먹는 것이다. 일식집에 가면 손을 닦으라는 물수건이 나오고, 또 다른 부드러운 물수건이 나오는데 이것은 손으로 먹는 이들을 위한 것이다. 유의할 것은 초밥을 먹고 난 후 이 수건으로 손을 닦는 게 아니라 먹기 전에 밥알이 손에 붙지 않도록 닦고 먹어야 한다. 일본에서도 맛을 아는 이들은 손으로 먹는 경우가 흔하다.
초밥은 날것이나 다름없는 생선회가 있기 때문에 먹는 법을 알아 두어야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바둑의 정석과 같다. 우선 (오른)손으로 먹을 때는 엄지로 생선 살 부분을 누르면서 생선 살이 왼쪽으로 가도록 눕히면서 검지와 장지, 세 손가락만으로 부드럽게 쥔다. 최대한 사람 손이 안 타야 맛있는 게 회의 특성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눕혀 쥔 다음 간장에 찍을 때는 수직으로 세워 간장 언저리 부분에 살짝 담근다. 여기서 입으로 가져갈 때는 옆으로 눕혀져 있는 상태 그대로 하면 된다.
더욱 좋은 맛을 즐기기 위해 생선 살을 혀에 눕히는 이들도 있는데 전자가 무난하다. 젓가락을 사용할 때도 눕혀 집고 입에 넣는다. 간장에 찍을 때는 밥에 찍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간장이 밥에 닿으면 흡수가 빨라 짠맛이 배어 버릴 뿐 아니라 밥알이 흩어져 종지에 붙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맛있는 초밥은 밥에서 시작한다. 겉은 뭉쳐 단단하게 보이지만 속은 부드러워야 한다. 여기서 부드럽다는 것은 마치 소프트 아이스크림이 속에 공기를 적당하게 넣어 맛을 최대한 부드럽게 하듯 밥알 사이에 적당하게 공기가 들어가 있는 것을 말한다. 차지면 안 된다. 요리사의 노하우는 여기서 나온다.
회를 먹을 때는 흰색 생선부터 먹는 게 좋다. 담백하고 살이 단단해 쫄깃쫄깃하기 때문이다. 고등어가 나올 경우 이것부터 먹어야 하는데 고등어는 산화되는 시간이 빨라 일본에서는 살아 있을 때부터 썩는다는 표현이 있을 정도다. 와사비를 조금만 떼어 생선회 한가운데 찍어 붙인 다음, 회를 이불 개듯 접어 입 속으로 가져가면 된다.
일식을 맛있게 먹으려면 와사비-엄격하게는 고추냉이와 다르다. 와사비는 와인만큼이나 재배조건이 까다로워 현재 우리나라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13도의 지하수가 흐르는 모래땅이어야 생산된다. 회에 와사비를 쓰는 첫째 이유는 의외로 살균작용 때문이다.
냉면에 식초를 쳐 먹는 게 살균을 위한 것이듯 와사비도 맛보다 살균 기능에 비중이 있다. 일본에서 미생물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식초보다 살균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날생선의 비린 맛을 없애주고 위를 자극해 식욕을 돋우는 등 세 가지 작용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