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밥 춘추 전국시대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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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밥의 달인 스시 효 안효주 주방장이 만든 21세기형 초밥 세트. 날생선을 굽고 절이고 소금을 얹어 새로운 맛을 냈다. 또 생선에 칼집을 냈다.
생선, 조개, 새우 등 각종 해산물을 밥에 얹는 초밥. 일본에서는 시다란 뜻의 스시로 불린다. 19세기 일본의 에도(도쿄)에 등장한 쥔초밥(니기리스시)이 오늘날 흔히 볼 수 있는 초밥의 형태다. 초로 양념한 밥에 날해산물을 얹고 살짝 눌러 만든 쥔초밥은 200년 가까이 초밥의 기본으로 통했다. 시대가 변하면 입맛도 바뀌는 법. 2003년 이후 쥔초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일명 21세기형 초밥이 인기를 끌고 있다. 초밥의 달인으로 불리는 스시 효(02-545-0023)의 안효주 주방장은 초밥의 변화에 대해 갈수록 다양하고 새로운 맛을 원하는 고객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 노력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 생과일에 부추까지 초밥의 다양한 맛은 부재료에서 나온다. 그동안 사용된 부재료는 광어 농어 도미 고등어 전어 참치 등 생선류, 피조개 전복 등 조개류, 성게알 연어알 날치알 등 알류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 생선 대신 생과일이나 부추 등 야채를 얹은 초밥이 나왔다. 생선도 과거에는 쓰지 않았던 병어가 등장했다. 임피리얼 팰리스호텔 일식당 만요(02-3440-8150)의 박현록 주방장은 초밥 재료는 반드시 어떤 것을 써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깨지면서 초밥의 춘추전국시대가 열렸다면서 야채로 만든 초밥은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라고 말했다.
○ 굽고 데치고 절이고 조리법도 다양해졌다. 날 해산물을 숙성시켜 그대로 쓰는 고전적 방법에서 탈피했다. 석쇠에 굽고, 중탕으로 데치고, 간장에 절인다. 새로운 조리법은 기존 초밥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색다른 맛을 준다. 구운 생선초밥은 마치 생고기를 구운 듯한 맛에 생선의 고유한 부드러운 질감을 동시에 선사한다. 간장에 살짝 절인 참치초밥은 날 생선에서 느낄 수 없는 짭짤한 맛을 낸다. 모든 생선을 굽거나 절이진 않는다. 참치나 방어처럼 기름기가 많은 생선이 대상이다. 구울 때도 흙냄새가 많은 광어 날개살은 강하게 굽고 참치는 약하게 굽는다.
초밥 하나에 생선 한 조각이란 공식도 깨졌다. 초밥 하나에 새끼 전어 4마리를 얹기도 한다. 안 주방장은 한 조각 크기의 생선을 세 조각으로 얇게 떠서 겹쳐 만든 초밥을 개발했다. 생선 한 조각에서는 느낄 수 없는 식감이 느껴진다. 특히 도미는 껍질과 살이 어우러지면서 오묘한 맛을 낸다. 살이 무른 시마아지(전갱이)는 세 조각을 겹치면 물컹하지 않다. 생선살에 갈비처럼 칼집을 넣는 것도 새롭다. 시각적으로도 신선하다. 참치처럼 기름진 생선에 칼집을 내면 간장이 잘 스며든다.
○ 간장 대신 소금 초밥을 간장에 찍어 먹는 게 법칙이던 시대도 지났다. 스시 효는 가마니에 담은 소금을 초가집 처마 끝에서 몇 년 묵힌 특제 소금을 쓴다. 장독에 담아 간수를 빼 짜지 않고 밥과 부재료의 본래 맛을 극대화시킨다. 알코올 성분이 없는 청주에 절여 매운 맛을 뺀 명란젓을 조개류 초밥에 얹기도 한다. 만요는 산에서 나는 돌소금을 쓴다. 부재료에 각종 소스와 고명을 쓰는 것도 새로운 트렌드. 박 주방장은 손님의 기호에 따라 다양한 소스를 얹어 준다. 우메보시 살로 만든 바이니쿠, 붉은 무즙을 이용한 아카오로시, 다시마, 카보스.


 

초밥은 변신한다 식초에 밥을 버무린 초밥이 최초로 등장한 것은 15, 16세기 경. 초밥만 전문적으로 파는 식당이 생긴 것은 1810년경이며 한국에는 100여년 전 소개됐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밥의 양은 점점 줄어든 반면 생선의 크기는 커졌다.
①밥과 생선의 길이가 5 대 5로 똑같은 초창기 초밥. 생선은 비싸고 귀해 최대한 적게 썼다.
②경제 수준이 높아지면서 생선의 길이가 길어졌다. 밥과 생선의 길이가 4 대 6으로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초밥.
③2000년대 들어 등장한 초밥. 생선의 길이가 밥의 두 배 정도로 긴 것이 특징. 밥의 새콤달콤한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해 정통 초밥은 아니다.
글=이호갑 기자
gdt@donga.com  사진=원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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