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기유학, 藥인가 毒인가
아이들에 목맨 일상 기러기 엄마는
고민 중
짧은 영어·‘교육 매니저’로
개인생활 포기 … 체류기간 길수록 귀국 꺼려 가족해체 위험성 가중
10월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인근의 한 회원제 골프장. 평일 오전 골프를 치는 사람 대부분이 한국
여성이었다. 현지 교민들에 따르면 골프 차량까지 구입해 평일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의 상당수가 ‘독수리 엄마’라고
한다.
‘독수리’는 남편의 경제력을 가리키는 메타포다. 언제든 태평양을 건너올 수 있는 ‘부자 남편’이 독수리,
1년에 한두 번 찾아오는 평범한(?) 남편이 ‘기러기’다. 한국에서 고단하게 살면서 생활비만 부치는 남편은
‘펭귄’이란다.
“평일 오전에 백인들은 시간을 낼 수 없어요. 죄다 독수리 엄마예요. 아예 오자마자 고급 골프장 회원권부터
산다니까요. 애들 학교 보내고 허구한 날 골프만 치니 핸디가 다들 싱글이지.”(오렌지카운티의 한 교민)
부자는 독수리, 평범하면 기러기, 돈만 부치면 펭귄
경찰과 정보기관에서 일하다가 미국으로 이민 와 로스앤젤레스(LA)에서 사립탐정(PI)으로 일하는 Y씨는
“교민들은 남편이 보내준 돈으로 호화생활을 하는 일부 조기유학생 부모들을 비딱한 시선으로 바라본다”고 전했다.
Y씨는 얼마 전 캐나다 서부의 최고 부촌인 웨스트밴쿠버의 한 아파트를 임차했다. 웨스트밴쿠버는 캐나다사람들이
은퇴 후 가장 살고 싶어하는 도시로 ‘독수리 엄마’가 대거 둥지를 튼 곳이다. 그런데 왜 한국계 탐정이 이 도시의
아파트를 빌린 것일까?
“아내가 이혼과 재산분할을 요구했다. 무슨 사정인지 알아봐 달라.”
Y씨에게 아내의 뒷조사를 의뢰한 사람은 한국에서 건설업체를 운영하는 A씨. Y씨는 착수금을 받은 뒤 A씨
아내가 사는 아파트 바로 옆집을 임차하고, 밴쿠버에서 활동하는 탐정 1명을 고용했다. A 씨 아내의 승용차에 부착한
GPS 추적기는 아파트, 골프장 그리고 또 다른 아파트를 가리켰다.
“골프 선생하고 바람이 났더군요. 남편이 보내준 돈으로 골프 선생 용돈 주고 아파트까지 구해줘 가면서 연애를
했더라고. 기러기 아빠만 불쌍하지, 뭐.”
10월1일 LA국제공항 톰브래들리 터미널. 긴 추석 연휴 둘째 날로 인천발 비행기에서 내린 기러기 아빠와 마중
나온 기러기 엄마가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남편을 기다리고 있던 6개월차 기러기 엄마 길지현(41) 씨는 “3개월
만에 남편을 보는 건데 신혼 때처럼 설렌다”고 말했다.
“아빠!”
초등학생 딸이 아빠를 먼저 발견했다. “우리 딸, 공부 열심히 하고 있지?”라고 물으면서 오랜만에 만난 아이의
얼굴을 쓰다듬는 아빠의 표정이 정겹다. 경기 과천시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박준모(44) 씨는 “아내가 해주는 밥부터
먹고 싶다”면서 활짝 웃었다.
(계속)
밴쿠버·로스앤젤레스=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http://www.donga.com/docs/magazine/weekly/2006/10/25/200610250500019/200610250500019_1.htm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