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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 목맨 일상 기러기 엄마는 고민중
짧은 영어·‘교육 매니저’로 개인생활 포기…
체류기간 길수록 귀국 꺼려 가족해체 위험성 가중

G씨 집에 모인 기러기 엄마들이 한 달에 쓰는 돈은 아이들 과외비를 포함해 평균 5000캐나다달러(약 425만원) 정도. 대부분의 기러기 엄마들이 ‘영어 회화’, ‘한국 논술’, ‘한국 수학’, ‘악기’ 등 아이들에게 2~4개의 사교육을 시킨다. 현지의 학교 공부를 보충해 주는 한국계 보습학원도 인기다.

부부갈등 벗어나려고 조기유학 선택한 경우도

기러기 엄마들의 애로 사항은 하나같이 본인과 아이들의 영어 실력이다. 사춘기 이후에 온 아이들은 영어를 익히는 속도가 더딘 경우가 많다. 처음엔 2~3년을 계획하고 왔다가 ‘장기전’(대학까지 외국에서 가르치는 것을 말한다)으로 바꾸는 사람이 많은 까닭이다.

“애들 선생님을 비롯해 캐나디안을 만나면 영어를 잘 알아듣지 못해 늘 웃는 표정만 짓죠. 억지로 웃다 보니 얼굴에 근육통까지 생겼어요.”(서리에 거주하는 한 기러기 엄마)

1~3년의 단기 유학을 온 기러기 엄마들 중에는 한국에 돌아가서 아이들이 ‘한국 공부’를 제대로 따라갈 수 있을지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한국 공부가 ‘무섭다’는데 솔직히 걱정이 많이 되죠. 그래서 귀국을 포기하고 세컨더리(중·고등학교)는 미국의 사립학교로 보낼까 고민 중이에요.”(광역 밴쿠버 노스밴쿠버에 사는 기러기 엄마 C씨)

“한국 교육을 아이가 버텨낼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돌아갈 생각이 없어졌어요. 아이들도 한국에서 공부하기 싫어하고요.”(화이트록에 거주하는 J씨)

가디언들에 따르면 기러기 아빠가 한국에서 ‘참고 버티는’ 시간은 대체로 1년 6개월이 한계라고 한다. 그 정도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의 아빠들이 아내에게 한국으로 돌아오라고 권유하기 시작한다는 것. 반대로 기러기 엄마와 아이들은 체류 기간이 길어질수록 외국생활을 계속 하고 싶어한다. 취재진이 만난 기러기 엄마들도 마찬가지였다.

“남편 뒷바라지에서 해방돼 오히려 자유롭다는 엄마들이 대부분이죠. 엄마들이랑 얘기해보면 부부 갈등에서 벗어나려고 조기유학을 선택한 사람도 적지 않아요.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외국생활을 즐기는 거죠.”(서리에 거주하는 P씨)

노스밴쿠버에서 세 아이를 키우면서 7년째 살고 있는 한 기러기 엄마의 말이다.

“기러기 생활이 길어지면 가족은 사실상 해체된 거라고 봐야 해요. 초등학교 때 유학 와 사춘기를 이곳에서 보낸 아이들은 한국에서 살려고 하지 않아요. 아빠가 이민을 선택하지 않으면 ‘아버지 부재’가 평생 이어지는 거죠.”

조기유학과 함께 부동산 한류도 수출
자고 나면 집값 급등 … 투기성 투자에 열올려

광역 밴쿠버 코퀴틀램의 한 주택가.

‘기러기 엄마’ K(42)씨는 2004년 8월 캐나다 밴쿠버 인근의 코퀴틀램에서 40만 캐나다달러(약 3억4000만원)짜리 주택을 구입했다.

“처음엔 타운하우스(빌라)를 렌트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먼저 자리잡은 엄마들이 부동산 투자를 권하더군요. 덕분에 횡재했죠.”

주택담보대출(몰기지)을 받아 구입한 K씨 소유 주택의 거래가는 10월 초 현재 70만 캐나다달러. 2년 동안 2억5000만원의 시세 차익을 거둔 셈이다.

코퀴틀램을 비롯한 밴쿠버 인근 도시에서 K씨처럼 ‘횡재한’ 기러기 엄마를 만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누가 얼마를 벌었다는 얘기는 기러기 엄마 모임의 주요 화제다.

“부동산 투자로 앉은자리에서 수억원씩 버는 엄마들을 보면 솔직히 배 아프죠. 저처럼 ‘월세’ 사는 엄마들은 그런 얘기 들으면 우울해져요.”(기러기 엄마 L씨)

이는 밴쿠버 부동산 시장이 최근 수년간 급등세를 보이면서 벌어진 일로, 일부 기러기 엄마들은 투기성 투자에 나서고 있다.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다른 주택을 구입하는 사례가 많아요. 중소형 아파트 두세 채를 소유한 기러기 엄마들도 있고요.”(한국계 리얼터 C씨)

한국에서 부동산 보유세와 양도세가 가파르게 오른 뒤 기러기 엄마들을 통해 부동산 투자용 뭉칫돈이 캐나다로 유입되고 있다는 게 C씨의 주장이다.

코퀴틀램의 한 아파트 분양 현장에선 시세차익을 노린 한국인들이 몰려들어 선착순 순번표를 받기 위해 새벽부터 진을 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국으로 치면 프리미엄이 보장된 역세권 아파트였는데, 이민자들과 기러기 엄마들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뤘죠. 교육 이민, 조기유학생들과 함께 ‘부동산 한류’가 들어온 셈입니다.”(캐나다 시민권자 H씨)

조기유학생의 가디언으로 일하는 H씨는 “한국 사람들의 부동산 투기 감각은 알아줘야 한다”면서 “단기 체류자가 3년 동안 아파트와 주택 20여 채를 사고팔아 20억원이 넘는 시세차익을 올린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밴쿠버 일대의 부동산값 급등은 2010년 동계올림픽 개최로 기대 심리가 높아진 데다 중국과 한국 등에서 이민자와 유학생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신규 이민자와 기러기 엄마들의 부동산 수요가 늘면서 한국의 공인중개사 격인 리얼터가 캐나다 한인사회에서 유망 직업으로 떠올랐다고 한다.

   (끝)

http://www.donga.com/docs/magazine/weekly/2006/10/25/200610250500019/200610250500019_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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